제작진

공연명 19호실로 가다
원작 도리스레싱 단편 <19호실로 가다>
각색/연출 입과손스튜디오
출연 입과손스튜디오
프로듀서 유현진
무대감독 김지명
무대미술 남경식
조명디자이너 이유진
음향디자이너 장태순
후원 서울문화재단

본 공연은 ‘2018년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서울청년예술단’ 선정/지원작 입니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는 지성인으로 표현되는 한 부부가 등장한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젠틀맨으로 부르는 영국 사회의 중산층(젠트리)이다. 수전과 매슈 부부는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는 커플이다. 그들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결혼생활을 한다. 허나 아이를 낳고, 남부럽잖은 생활을 영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지성’에 발목을 붙잡히고 마는데. 번듯하게 안정을 이뤄가는 그들의 가정과 별개로 수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할 정도의 공허와 불안을 느낀다. 수전은 자신의 상태에 이상을 감지하지만, 불현 듯 자신의 일부가 된 불안을 애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지성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감정들이 수전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수전은 이런 자신의 상태를 가장 믿었던 남편 매슈에게 끝내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한다. 수전은 세상이 요구하는 책임과 의무, 사회적 기대를 이뤄갈수록 필연처럼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자신의 자유와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 여러모로 발버둥 친다. 그러다 결심을 하고 찾아간 ‘아무도 가지 않을 것 같은 낡은 호텔’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스윙잉 식스티즈 (Swinging Sixties)

이야기의 배경은 1965년 영국 런던이다. 그 당시 영국은 ‘스윙잉 식스티즈(Swinging Sixties)로 불리우는 ‘격동의 시대’였다. 전후 경제회복을 기반으로 예술, 패션, 음악 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질서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변하고 흔들리던 때로, 어느때보다 역동적이고 주목할만한 시기이다. 50년대 베이비 붐의 결과로 60년대 영국에는 젊은 세대가 중심을 이뤘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중산층이 주를 이뤄 시작한 이 ‘변화’는 이전 세대까지 확고하게 지켜져왔던 전통적 질서, 권위 등에 대항하여 ‘새롭고 현대적인 것’을 강조했다. 컬러티비, 트랜지스터 라디오, 비틀즈, 미니스커트, 유니섹스패션, 피임약 등이 이 시대의 생활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발견’들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사회가 가졌던 ‘당연하고 온전한 것들’은 개성과 자유의 물결을 맞으며 뒤흔들리고 부서지기를 계속했다. 격동의 시대는 낡고 부당한 권위와 전통적 질서의 위선적인 면을 개선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빠른 변화 속에 사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로 인해, 마약, 문란한 성문화, 사회질서의 붕괴, 과소비 등의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Not A or B'에 적합한 이야기, <19호실로 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판소리 속 이야기는 주제의식과 표현방법이 또렷한 것이 특징이다. 판의 마지막에는 '어질 더질~(이야기 끝!)'하며 소리꾼이 이야기를 정리 한 후 끝을 맺는다. 내용은 주로 교훈적인 형태를 띄는 것이 일반인데 이는 판소리가 부흥할 당시 해당 장르의 사회적 기능에 기인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입과손스튜디오는 흑과 백이 아닌, 그 사이 촘촘한 결론이 많은 판소리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따라서 모호하고 불분명하면서도 자유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도리스 레싱의 작품을 선택했다. 결말 역시, 관객에게 반듯하게 찍힌 마침표대신 조그마한 물음표를 전달하고자 원작과 같이 열린 형태를 따랐다.

19호실로 가다

이 짧은 이야기 속에는 눈부신 성장 이면에 중심 없이 혼란스럽던 1960년대의 영국과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이 겪던 가치관의 혼란과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촘촘히 담겨있다. 특히나 많은 가치들이 전복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 잡은 한 사회의 가부장제와 이성중심사고 등 변함없이 위선적이고 치우친 모습의 전통적 사회질서가 잘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꿈을 미래에 둔 채, 사회와 가정이 요구하는 책임에 속박되어 있는 한 여성 ‘수전’의 이야기를 통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질서’로부터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이야기는 표면적으로 ‘전업주부’가 된 한 지성인 여성이 ‘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서서히 자신의 삶에 깊숙히 자리잡은 공허와 모순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의 이야기를 빌어 ‘전통과 권위’에 억압받아 개인의 자유를 잃어가는 한 인간의 위태로운 삶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레싱은 한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겉핥기에 그치는 인식 혹은 지성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입과손 스튜디오는 50년 전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 각자의 삶을 비춰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사회 속에서 주인공 ‘수전’과 비슷한 혼란과 불안을 겪는 한 개인의 자유와 정체성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또한,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이유(원작에서 말하는 ‘그것’)와 ’19호실’의 의미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Not A or B’는 판소리도 창극도 아닌 경계에 대한 실험이다.

한 명의 소리꾼이 유일한 서사자로서 전지전증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태(판소리)거나, 여러 명의 소리꾼이 역할을 나눠 등장하는 형태(창극)가 아니라, 다수의 소리꾼이 극 안에서 모두 서사자로 존재하며 자유롭게 겹쳐지고 펼쳐지는 ‘따로 또 같이’의 형태를 구현해보고자 했다. 이는 판소리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 실험이다.
*** 기존과 다르게 두 명의 서사자가 등장하는 판에서는 이야기와 음악이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나며, 장면 역시 둘 이상의 시공간이 하나로 겹쳐지거나 펼쳐지며 더욱 효과적으로 원근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두 명의 소리꾼이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결과, 한 명의 소리꾼은 원작에 기대어 이야기를 뚝심있게 전달하는 데에 무게 중심을 두고, 또 다른 한 명은 사건 뒤에 숨은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들추고 조명하는 역할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장면이나 사건이 전개되는 때에 이 둘은 서로의 상대역이 되기도 하고, 한 인물의 양면을 동시에 담는 등 등장인물로서 ‘따로 또 같이’를 반복한다.

무대 양쪽에는 두 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한 쪽은 한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고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을 대변하는 [지성]의 공간이고, 또 다른 한 쪽은 ‘당연한 것’들을 결코 당연하게만 여길 수 없는 저마다의 감각을 대변하는 [감성]의 공간이다.

많은 것들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에서도 변함없이 꿋꿋한 그들의 자부심처럼, 수전과 매슈의 삶 이면에는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와 남성 중심의 자유권, 경제권을 가지지 못한 여성의 수동적인 삶 등이 짙게 비춰진다.

작품 안에서 우리는 주인공 수전과 그의 남편 매슈를 ‘지성에 기댄 채 감성의 불을 끄고 사는 사람들’로 표현한다. 그들의 이런 면은 ‘당연한 것’으로 정의해둔 것들이 잘못 발현되는 순간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삶을 곪게 한다. 우리는 이런 순간들마다 원작에 드러나지 않는 ‘감성’을 그림자처럼 그려내, ‘If’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사회가 혹은 가정이 혹은 개인이 그때 그때의 감성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다면…’

To Room Nineteen

To Room Nineteen, the short story of Doris Lessing addresses the historical context and social disorder behind economic growth in 1960s London. The novel tells the conservative society inside the rapid social change, ingrained patriarchal system, and rationalism. Lessing captured the sufferance between the seeming rational society and personal freedom through the story of Susan, a middle-aged woman under the responsibility of the social system and family. Susan, a housewife but an intellectual woman, gradually realizes a void and irony in her life by discovering her husband’s extramarital affairs. It reveals one’s suppressed life under the traditional social norm through the family, the minimum society.  Lessing emphasized oneself’s independence by revealing the hollow in the intellect which cannot follow the current. Ipkoason reflects our contemporary life on this narrative that took place in London 50years ago, and questions the reason for our life by Susan’s life and the meaning of room nineteen.


Not a or b,
The experiment of art form between Pansori and Changgeuk 

This is the experiment of the possibility in Pansori.
This is not Pansori or Changgeuk

In Korean performing arts, Pansori has only one Sorikkun who tells a narrative and takes many roles in the story. In Changgeuk, there are many storytellers and many characters like a theater and musical genre. However, in this performance, two Sorikkuns tell a narrative and take many roles. In this case, By overlapping or opening two more spaces that sorikkun makes, each scene can be expressed more fully and effectively by the story and music. One sorikkun tells a narrative on the original story and the other takes a role to reveal the hidden mind of each character. Besides, twos become the same character to show both sides in oneself like the intellect and instinct.

On the stage, two chairs are there. One side is an intellectual space that most people seem to agree with. The other side is an instinct space that each people cannot agree with. 

This novel addresses the male-centered social economy and passive women’s rights and roles through the life of Susan and Matthew who are the people ‘turned off the light of instinct’. When “intelligence forbids tears”, it ruptured their life. 

We wonder If the instinct hidden like a shadow in the original story had been chosen to turn on each moment, how it would have changed the society or the family, or the person.

소리꾼, 이승희
Sorikkun(Korean Traditional Singer), Seunghee Lee

소리꾼 이승희는 동초제 심청가를 조소녀 명창에게 사사받았다.
동초제는 다른 '제'에 비해 사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연극적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승희는 맑고 단단한 목을 가진 소리꾼으로, 무대 위에서 절제된 감정표현과 미니멀한 부채발림으로 '전형적이지 않고, 모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rtist Profile

소리꾼, 김소진
Sorikkun(Korean Traditional Singer), Sojin Kim

소리꾼 김소진은 강산제 수궁가를 윤진철 명창에게 사사했다.
강산제는 옛 더늠과 고제소리, 재담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김소진은 깊이 있는 성을을 가진 소리꾼으로, 판소리 안에 다양한 인물을 다이나믹하게 그려내며 소리를 통한 감정표현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Artist Profile

고수, 이향하
Gosu(Korean Traditional Drummer), Hyangha Lee

고수 이향하는 소리북을 조용복 명고에게 사사받았다.
그는 다양한 악기를 섭렵하여 판소리 고수 뿐 아니라, 밴드활동, 다양한 장르의 극 음악 제작 및 연주, 장단연구 및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고법을 구조적으로 설계하고 연주하는 데 탁월하며, 판소리 창작과정 안에서 '판소리 고법'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Artist Profile

고수, 김홍식
Gosu(Korean Traditional Drummer), Hongsik Kim

고수 김홍식은 소리북을 감남종 명고에게 사사받았다.
그가 가진 안정적인 한배(즉흥적이고 상대적인 국악 장단의 주기)와 자세, 소리를 안는 묵직한 성음으로 소리북을 연주하는 고수다.
대학졸업 이후, 굵직굵직한 판소리 작업에서 고수로 활약해왔으며 음악의 베이스가 되는 리듬연주에 탁월하다.

Artist Profile

고수, 신승태
Gosu(Korean Traditional Drummer), Seungtae Shin

고수 신승태는 국악타악을 전공한 후, 경기민요를 고주랑 명창으로부터 사사했다.
밴드 씽씽을 통해 민요 소리꾼으로 더 주목을 받아 왔지만, 굉장히 리듬감이 좋고 순발력이 좋은 고수로 속주와 변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베이스를 담당하는 큰 북 세트와 유율타악기의 사운드가 서로 잘 섞일 수 균형을 맞추는 역할에 탁월하다.

Artist Profile